
제레미 벤담이 제안한 감옥의 기능은 판옵티콘(Panopticon)이며 이 말은 완전하게 관찰가능한 곳이라는 뜻이다. 이 감옥의 구조에 대하여 미쉘 푸코는 그의 감시와 처벌에서 상세히 해설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 감옥의 '한국어' 해석인 '원형감옥'에 있다. 판옵티콘이라고하면 그 감옥이 감시의 기능을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지만 '원형감옥'이라고 하면 그 감옥이 원형의 구조로 생겼음을 말한다. 아마 벤담이 원형감옥만을 의미했다면 '판옵티콘'이 아니라 '판라디콘(Panradicon)'이라고 했을 것이다. 즉 '판옵티콘'은 원형 사각이건, 감시자이건, 감시카메라이건 누군가가 누군가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 본다면 가능한 말이다.
일전 학교의 요청으로 수시 논술시험을 채점하게되었고 여기에서 푸코의 이 구절의 인용을 보았다. 한 1/3정도의 학생들이 '원형감옥'으로 되어있는 지문과는 달리 '판옵티콘'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잘난채하며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용하는 단어가 '의미'가 달라지면 내용도 달라져야 하거늘, 단어 변화에도 전혀 내용의 변화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채점시 판옵티콘이라고 쓴 학생은(텍스트문제, 일종의 장외감점) 무척이나 큰 불이익을 당해야만 했다.ㅋㅋㅋ
우리는 판옵티콘 혹은 원형감옥을 선택해서 세계를 기술하여한다. 원형감옥은 박물관이나 견학을 통해 볼 수 있는 유럽감옥의 한 시대적 유산일 수는 있어도 판옵티콘처럼 보편적 감시의 체계일 수는 없다. 잘못되었건 잘되었건 간에 한국어 번역을 통해 역사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원의를 따라 보편적을 기능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우리가 기술하는 세계가 달라질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던 자유겠지만 '원형감옥'은 틀렸음은 확실하다. 감시의 문제에서 중점은 '판옵티콘'에서 말하듯 opti 즉 시각인데, 원형감옥은 시각의 문제를 도외시하였다. 즉 인간 눈과 바라봄의 작용을 제외하고 건물의 구조 위주로 생각하게 하였기에 틀린 것이다.
틀린 것 열심히 쫒아가다 헛발짓을 하건 감점당하건 간에 채점하는 내 알 바는 아니지만 돈 값도 못하는 학원에 돈 퍼썼을 것 같아 측은한 마음에 한마디 한다.

Category


Calendar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Coun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