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의 '밀양'을 보고.. 영화읽기
2007.06.06 18:56 Edit

이창동을 믿었기(?)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찾아갔었지만.. 종교(?)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데도 종교에 대한 기본적 식견이 상당히 짧은 이창동씨의 정리안된 이야기만 듣고 온듯합니다.
왜 密陽을 'Secret Sunshine'이라 했는지.. 이창동씨의 생각에 '밀'하면 '비밀'이란 말이 떠올랐나 봅니다. 한자어는 단일소로 의미를 지닌 독립된 언어체계라는 것을 우리 나라 사람들은 종종 잊곤 합니다. 그래서 종종 한자어를 볼 때 우리식대로 읽고 뜻을 풀어버리고 말지요.
'秘密'이라고 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것이 곽 차있는.. 아주 그윽한 그 무엇을 일컬는 말입니다. 하여 '密'에 'secret'라는 의미를 붙이기가 참으로 뭐합니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이름을 그렇게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이창동씨가 이 주제에 대해서 얼마나 억지춘향식 주장을 할 것인가는 시작부터 눈에 선합니다. 되도 않는 제목풀이를 갖다 붙인 이는 그 주제 역시 되도 않게 끌고 갈뿐입니다. (물론 밀에는 '몰래, 은밀하게' 라는 의미가 들어있긴 합니다. 밀수, 밀실, 밀주 등이 그런 쓰임새겠지요. 하지면 여기서 밀양은 그런 은밀하다는 뜻보다는 볕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당할 겝니다.)
이창동씨 스스로는 이 영화를 통해 종교의 이야기도 결국 땅위의 이야기임을 말하고 싶었겠지만.. 결국 이창동씨가 그린 것은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이야기였을 뿐이지요. 뭐 이전부터 보여준 이창동씨의 예의 그 나이브한 작품 구성 능력으로 보아 종교라고 하는 세밀한 주제를 밀도있게 그려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지만.. 해도 좀 심할 정도로 영화는 농익지 못한 대사만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종교에 대하여(aboout religion) 이햐기 할라치면 좀더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을텐데.. 이감독은 단박에 떠오른 아이템 하나만 의지해서 과감하게 영화로 나아간듯해 보입니다.
사실 이창동감독이 따로 반복할 필요없이 종교는 아주 오래전부터 땅위의 것이었고, 또 땅 위의 것을 위해 존재해 왔습니다. 그것을 하늘의 것이라고 했던 것은 종교를 통해 이를 얻을 수 있는 몇몇 층들에 제한되어 있었을 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밀양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이창동 감독의 종교론은 시작부터 비틀거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특정 종교를 통하여 종교 전체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보이고자 했을텐데.. 그 특정 종교마저도 주로 형식에만 치중했을 뿐.. 내용을 잡아채는 데는 무작정 실패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사람들이 왜 종교를 택하게 되는 지에 대한 이창동감독의 고민이 농익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다보니.. 영화 전편 내내 어색한 그림들이 반복됩니다. 본질을 낚지 못하고 형식만 가지고 본질을 전하는 양 호도하기는 그렇게 어려울 뿐입니다.
다만 빛났던 것은 그 사람.. 전도연씨였습니다.
깐느의 여주인이 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연기였습니다. 여러 각도에서 잡혀지는 그 사람의 표정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그 사람의 것.. 즉 전도연이 아닌 '이신애'의 것이었습니다. 크게 오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주눅들지도 않으면서도.. 충분히 연기라는 것을 기억내게 하면서도 또한 그것을 잊게 만드는...
전도연이라는 사람은 참으로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연기 덕에 농익지 않은 이창동씨의 이야기가 대충 덮어지더이다.
몇몇 스스로 영화를 본다하는 이들은.. 또 이 영화에 대하여 왈가왈 토를 달겠지요. 하지만 영화로서 밀양은 별로입니다. 작가주의로 포장된 감독의 작품치고는 더 그렇습니다. 채익지 않은 작가주의는 '얼치기'일 뿐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이 영화는 제목에 대한 이해부터 코미디로 시작하지 않습니까.
다만 그 사람의 연기만이 빛을 내는.. 그야 말로 '전도연 모노롤그'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후.. 전 이 영화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같기도 철학의 유치한 포장.. 하지만 눈 부시게 빛나는 그 사람..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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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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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은 인간이 종교를 갖는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었을 겝니다. 밀양에서의 개신교는 그런 이감독의 의중을 떠받지는 도구적 존재일 뿐이구요. 따라서 밀양은 기독교 혹은 기독교적인 영화라고 보기 힘듭니다. 그저 그런 종교 관련 영화라고 봐야겠죠.
근데 그 과정이, 즉 이감독이 펼치고 있는 종교에 대한 물음과 해답찾기 시도가 참으로 나이브하다는 것이죠. 보다 치밀하게 한 실존인이 종교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렇게 얻게된 종교적 해답이 그 실존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게 되고, 또 어느 영역까지 끼칠 수 있는 가를 세밀한 눈으로 훑어갔다기 보다는 채 여물지 못한 자신의 종교론을 성급하게 카메라에 담고 있을 따름입니다.
혹 개신교의 제국적 속성이 못내 못마땅한 분들에게는 밀양에서 그리는 개신교도의 표피적 모습이 공감되며, 또 간혹 이감독의 앵글이 시원하다고 느껴질른지 모르겠지만.. 이감독이 쳐놓은 허술한 구도와 논리는 "I don't think so."라는 한마디 말로 그냥 허물어지게 됩니다. 무슨 영화를 그처럼 허술하게 찍어대는지..
막말로 누군가가 "신애는 애초부터 참된 신앙인이 된 것이 아니야!" 한마디 우겨대 버리면, 이창동감독의 종교관이고 논이고 간에 더 이상 물어보거나 논해볼 필요나 여유, 또 이유조차 없어지게 되버립니다. 그런 점에서 이창동감독은 다른 영화들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좀더 신중했어야 합니다. 오히려 신애의 심리변화에 좀더 많은 정성을 들여가며 카메라의 클로즈업 기능을 적절히 사용했어야 했을 겁니다.
여하튼 제 눈에는 파편처럼 영화 구석구석에 쌓여있는 너무도 서툴고, 자리 잡지 못한 이감독의 생각이 강하게 들어오더군요. 깊이도, 상징도, 의미도.. 영화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한.. 서툰 순진남의 독후감을 강제적으로 봐야만 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